그들의 눈물로 기록한 MLB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가 창단 50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깬 이변이었다. 그만큼 수많은 이야깃 거리를 남기기도 했다.

특히 원정팀만 승리한 최초의 시리즈라는 점은 곱씹어도 흥미롭다.

월드시리즈 7경기 모두 홈팀이 패해 역대 가장 많은 ‘직관한 팬’들이 실망한 시리즈로 남게 되었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뿐만 아니라 LA 다서스까지 양대 리그 홈승률 1위 팀을 모두 제압하고 정상에 오르면서 ‘홈 어드벤티지’ 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쏟아져 나왔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종종 화제가 되는 눈물이 꼭 성취나 업적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9월 26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오클랜드애슬레틱스의 경기 포스트시즌 경쟁이 한창이었지만 모든 시선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선발투수 펠릭스 에르난데스에게 집중 되었다.

2013년 초 맺은 7년 계약이 끝나는 시즌의 마지막 홈 경기, 에르난데스 자신은 한 번도 은퇴한다고 말한 적이 없음에도 경기장 안을 가득메운 관중과 동료선수, 언론 관계자들은 이미 이 경기를 에르난데스의 고별 경기로 인식하고 있었다.

사실이 그랬다. 출전하면 5회를 버티는 것조차 힘겨운 선수, 꾸역꾸역 던지는 공은 여지없이 라인 드라이브로 뻗어나가고 마운드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한 선수였다.

냉정하게 볼 때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출전하지 않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해마다 명예회복을 별렀지만 2019년에도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이후 13경기에 더 선발 등판하고도 추가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이날은 수비 도움을 받아가며 5회를 버텼다. 투구수는 벌써 101개 물러날때가 되었지만 스콧 서비스 감독은 그에게 기립박수를 선물하기 위해 6회초 원아웃까지 마운드를 맡겼다. 그리고 마운드로 걸어가 에르난데스에게 이야기 했다.

이제는 때가 된것 같다고,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이 도시에서 너 이외의 어느 누구도 ‘킹’으로 불릴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스콧 서비스 감독의 메시지에 에르난데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동료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눈 뒤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반복 하면서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가을 야구는 아예 밟아 보지도 못한 지지리 운도 없었던 에르난데스 그래서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이던 신인 투수 헤수스 루자르도는 “나 자신이 빅리그에 승격 되었을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불펜에서 에르난데스를 보고는 울고 말았다,” 이야기 했을 정도이다

스물한살에 보스턴 레드삭스오의 원정경기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맞대결을 펼처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두고 넘치는 패기를 과시했던 선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사이영상 수상과 퍼펙트게임 달성, 그리고 2500탈삼진을 한 팀에서 이루어낸 선수 펠릭스 에르난데스

눈물의 경기를 마치고 그는 “나는 아직 은퇴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은퇴 선언을 한뒤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가족들의 영상 편지를 보고 눈물샘이 터진 뉴욕양키스의 C.C. 사바시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확정하고 홈 팬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다 말문이 막혀버린 브라이언 스닛커 감독도 2019년을 돌아볼때 기억에 남는 눈물의 주인공들이다.

승부가 전부라는 말로 프로의 세계를 냉정하게 치부하기에는 이런 기억들이 꽤 오래가는 것 같다. 가공되지 않은 장면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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